함께 쓰는 CCM리뷰 [리뷰] WOW Hits 2017 [Deluxe Edition] (2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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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피니스 댓글 0건 조회 10,957회 작성일 17-12-19 13:17본문
WOW Hits 2017 [Deluxe Edition] (2CD)
오래 전 기억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한국 농구를 좋아했습니다. 허재, 강동희, 김유택, 문경은, 우지원, 서장훈… 이들의 경기를 보고 열광했습니다. 한 번도 경기장을 간 적은 없었지만 TV 중계를 즐겨보며 농구에 흠뻑 빠져 들었습니다. 그러다 미국 NBA 농구를 봤습니다. 마이클 조던이 활약했던 시기였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우리나라 농구와 질적으로 너무나 달랐습니다. 우리나라 농구는 ‘치열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미국 NBA 농구는 ‘즐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같은 농구공을 가지고 경기를 하는데 이렇게도 다른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용병 선수를 데려오고 여러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질적인 향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체질적으로 탄력이 있고, 신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경기력을 극복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나라 선수만큼 태권도를 잘할 수 없는 것과 같을 겁니다.
이 음반 시리즈 이름을 누가 지었을까요? 음반사에서 지었을까요? 아니면 원래는 다른 이름이었는데 음반을 들은 청자(聽者)가 이 이름을 권해서 바꿨을까요? 저는 어느 쪽이든 다 수긍할 만하다고 봅니다. 이 음반을 듣고, 이 음반 시리즈를 듣고 ‘Wow!’라고 외치지 않을 재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음악이 빠르고 세련되서만이 아니라 편곡이나 연주, 녹음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데다 ‘앞서가기’ 때문입니다. 첫 곡부터 이 앨범의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제목이 ‘flawless’(흠이 없는), 물론 하나님을 향한 flawless이지만 곡의 배치가 제작사의 재량 임을 감안할 때 ‘우리 앨범은 자체로 flawless이다!’는 걸 자부하는 듯합니다. 음반을 다 듣고 나면 그 자부심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CCM 수준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연주 실력도, 녹음 기술도, 보컬 능력도. 그런데 외국 음반을 듣다 보면 아직까지도 질적인 차이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이유가 다 ‘돈(투자비, 기계값)’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미묘한 차이가 아니라 확실한 차이입니다. 이 음반은 더욱이 우리나라 CCM이 아니라, 대중가요 음반과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대중가요 관계자들이 배울 게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flawless합니다. 무엇보다 악기가 따로 놀지 않습니다. 좋은 합창이란 알토,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같은 파트가 나눠지지 않고 하나로 들리는 겁니다. 분명히 나눠서 불렀지만 한 음으로 들리게 해야 합니다. 들었는데 나눠서 부르는 게 티가 난다면 그건 잘못된 합창입니다. 그건 어느 파트가 튀었다는 겁니다. 합창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것입니다. 한 음처럼 들리되 풍성하게 전해져야 좋은 합창입니다. 이 앨범에서는 모든 악기와 소리가 하나로 들립니다.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붙이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든 일련의 제작 과정이 한 번에 진행된 듯합니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하나로 들리면서 세련되었다는 겁니다. 다른 누가 편곡을 해도 이 곡의 편곡을 넘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flawless하게 편곡하였습니다. 저는 악기를 다룰 수 있는 게 없고, 기술적인 부분도 모릅니다. 그런 제가 들어도 놀랍습니다. 모든 곡의 편곡이 좋지만 이런 세련되고 앞서가는 편곡의 백미는 Disc 1의 16번째 곡 ‘Everything Comes Alive’라고 봅니다. 이 곡은 듣는 맛이 있습니다. 코러스가 통통 튀면서 재미가 있습니다. 코러스를 한 분이 얼마나 즐겁게 녹음했는지 가 그려질 정도입니다. 저는 이 곡을 모든 뮤지션들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 밖에 이 곡과 견줄만한 여러 곡들이 이 앨범에 그득합니다.
연주에 있어서도 평범한 연주 같은데 막상 자세히 듣다 보면 놀랍고, 따라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력이 아주 좋습니다. 보컬은 기본적으로 모든 곡에서 화성을 쓰는데 그것이 위에서도 언급했듯 티가 나지 않고 하나의 소리처럼 들립니다. 높은 수준입니다.
너무 과도한 칭찬으로 우리나라 CCM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싫어할 수 있는 글이겠지만 저는 이런 질 높은 CCM이 보급 확산되어 우리나라 CCM도 질 높은 앨범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우리나라 농구가 NBA를 보고 그들의 경기를 벤치마킹하면서 수준이 높아졌 듯 말입니다.
이 앨범은 CD가 두 장에 39곡이나 들어가 있는데도 16,000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조금도 아깝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싸도 되나?’ 싶을 만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Wow’한 앨범입니다.
꼭 사서 듣고 즐기시기 바랍니다.
- 글 : 이성구(순전한 나드 출판사, http://mutation0212.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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