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은혜로운 영어찬송 2 (Top 50 Hymns) [3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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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피니스 댓글 0건 조회 5,941회 작성일 17-12-01 17:22본문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 명절만 되면 꼭 하던 TV에서 방송했던 아이템이 몇 가지가 있었는데 ‘성룡 영화’(^^)가 대표적이고 다음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가요를 부르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가 인기가 있었던 건 그만큼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았다는 자긍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요를 곧잘 부르는 외국인이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는 재미만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아무리 가사의 내용을 숙지하여 부르고, 각종 화려한 악기들이 받쳐주며, 목을 쥐어짜며 애절하게 부른다 해도 우리의 노래를 한국 사람이 부를 때만큼은 못미치는 거다.
어디에서 강조를 둬야 하고, 어느 단어에서 여리고 강하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감동이 덜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건 부르는 외국인 못지않게 듣는 외국인도 마찬가지일거다. 잘 불러도 뭔가 빠진 느낌이 들거다.
원곡은 원곡을 만든 나라의 사람이 그 나라의 가사로 부르고 들어야 원곡의 진가가 나온다. 내가 이 음반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앨범은 표면상으로만 보자면 찬송가를 원곡의 나라 가사인 영어로 불렀다는 거 외에 메리트가 없다. 특별하고 다양한 악기나 뛰어난 연주 실력, 화려한 보컬이 없다. 단순한 반주에 화음을 넣은 목소리 정도다.
그런데 은혜가 된다.
첫 디스크의 ‘Amazing Grace(나 같은 죄인 살리신)’가 대표적이다.
나는 영어로 이 찬송가를 부르는 우리나라 가수들(CCM 가수 포함)을 많이 봤다. 그런데 ‘잘 부르네!’ 정도였지, 감동적인 적은 없었다. 오히려 한국 가사로 부를 때가 은혜가 되었다.
그런데 이 첫곡에서 뭔지 모를 바람이 부는 걸 느꼈다. 이 바람은 하던 일을 멈춰서 조용히 음미하게 하였다. 점점 찬송가가 이어질수록 이 바람의 힘이 원곡이 가진 진정성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영어를 몰라도 된다.
아는 단어가 나왔다고 해석하려 하거나, 아는 찬송이 나왔다고 멜로디에 한국 가사를 떠올리며 억지로 뜻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초강력 에어컨의 바람이라 해도 자연 바람과 비교할 수 없다. 강도는 셀지 모르고 더 시원할지 모르지만,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에어컨 바람을 맞다가 자연 바람을 맞으면 안다.
인위적인 건 인위적일 수밖에 없고, 그건 그저 자연 바람을 흉내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음반은 자연 바람이다.
그냥 듣기만 하면 된다.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원곡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음반의 제목이 [영어 찬송]이라 해도, 듣는 내가 앞에다 ‘은혜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넣게 되는 음반이다.
말이 길고, 글이 길다. 그냥 들어라.
글 : 이성구 (순전한 나드 출판사, http://mutation0212.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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